연극 '아트', 죽마고우 갈등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어두운 속내'

입력 2024-02-28 18:42   수정 2024-02-29 00:55


시기, 질투, 허영심, 우월감.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부정적인 내면을 ‘검은 속내’라고 말한다.

연극 ‘아트’는 하얀색 그림을 소재로 인간의 새까만 속내를 이야기한다. 25년 지기 세 명이 다투고 우정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그리는 코미디 연극이다.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대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초연했다.

세 남자의 갈등은 ‘이것이 예술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피부과 의사인 세르주는 그림 하나를 5억원에 산다. 그 그림에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다. 캔버스를 하얗게 칠한 게 전부다. 그는 작품을 보고 그냥 흰색이 아니라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는 예술작품이라며 눈물을 훔친다.

친구 마크는 세르주를 비꼰다. 아무것도 없는 그림이라는 것을 알면서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 보이는 것처럼 우긴다는 것이다. 허영심이라는 말을 듣자 세르주는 자신이 풍족하고 교양 있다는 사실에 자격지심을 느껴서 발끈하는 거라고 무시한다. 이들은 또 다른 친구 이반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서로를 험담한다. 싸움으로 절교 선언에 이르지만 종국에는 서로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우정을 회복한다.

연극은 누구나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치졸한 내면을 가감 없이 그려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세르주와 마크의 관계를 통해 친한 친구 사이에도 느낄 수 있는 시기와 질투를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겉으로는 겸손한 척하는 허영심과 은연중에 느끼는 우월 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등장인물들의 치졸함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입체적인 인물을 통해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사랑, 우정과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갈등을 우정으로 극복한다’는 자칫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줄거리가 사실적인 감정 묘사 덕분에 억지스럽지 않고 설득력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재치 있는 애드리브가 이어져 객석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마이크 선이 삐져나오는 돌발상황도 놀림거리로 삼고 춤으로 대처하는 등 배우들이 꽤 능청스러웠다. 대사 사이 공백과 사소한 몸짓을 활용한 감각적인 유머도 볼 만했다. 한 명이 대사할 때도 배경에서 쉬지 않고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작품이 그냥 흰색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세르주가 그림을 위장 삼아 흰색 벽인 척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

인간의 어두운 속내를 재치 있는 유머로 승화한 수작이다. 공연은 오는 5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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